[2008년_금융위기]/사회_일반_08

열악한 여건에서 사투 벌이는 해양경찰관들

김철수02 2008. 9. 28. 23:09

"중국의 불법조업 선원들이 갈수록 흉포해져 검문검색을 하러 배에 오르는 것이 겁날 때가 많습니다."(최우일 3003함 부장)

"잊혀질만 하면 터지는 해상 사고로 한 두 달 집에 못 들어가기 일쑤여서 가족들도 이미 포기했습니다."(목포해경 이영칠 구난장)

박경조(48) 목포해경 경위가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선원들을 검문검색하려다 순직한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열악한 해양경찰관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해경의 근무 체제는 크게 4가지. 3t급 이상에 승선하는 직원은 6박7일씩, 300∼500t급 승선 직원은 4박5일씩, 100t급 승선 직원은 3박4일씩, 100t급 이하는 2박3일씩 3교대로 근무한다.

그러나 이 같은 근무 체제가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박 경위가 사망한 이번 사건에서처럼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이 발견되면 추격해 나포하거나 중국 측 해역으로 쫓아낼 때까지 복귀하는 것은 꿈도 못 꾼다.

기름 유출 등 대형 사건이 터지면 가족들과는 최소 1개월 이상 `생이별'이다.

목숨을 노리는 위험도 바다 곳곳에 상존하고 있다.

악천후 속에서도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집채만한 파도가 이는 캄캄한 먼바다로 배를 띄워야 한다.

추격전에 투입되는 소형 고속단정을 타고 파도를 헤치는 일은 그 자체로 `사투'에 가깝다.

이영칠 구난장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대부분 궂은 날씨에 이뤄지기 때문에 검문검색 역시 위험한 상황에서 이뤄진다"며 "높은 파도 속에서 불법 조업 중인 어선으로 옮겨 타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건 행동"이라고 말했다.

나포될 위기에 몰린 불법 조업 선원들이 검문검색에 순순히 응할 리 만무하다.

배 위에서 중국 선원들이 승선을 방해하려고 각종 둔기와 흉기를 휘두르는 가운데 배에 오르는 일은 마치 `공성전(攻城戰)'을 방불케 한다.

최우일 3003함 부장은 "배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불법 조업 선원들이 어떤 돌발행동을 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법 조업 행위가 갈수록 지능화.흉포화하는데 우리의 방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털어놨다.

모선에는 벌컨포와 소총 등 각종 화기가 배치돼 있지만 발포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더욱이 불법 조업 어선에 접근해 올라야 하는 해양경찰관들은 가스총, 삼단봉, 방패로 몸을 지켜야 한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중국 선원들을 상대로 한 공권력 행사는 외교적 마찰 등을 우려해 최대한 자제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중국 당국에 불법 조업 어선을 단속해 줄 것을 `부탁'하는 수밖에 없어 언제든지 제2, 제3의 박 경위와 같은 희생자가 나올 지 모른다"고 말했다.

(목포=연합뉴스)

최종편집 : 2008-09-28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