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_노무현사망]/자동차_09

[국민일보] YF소나타, 도요타 뛰어넘는 +α 기술 적용

김철수02 2009. 12. 8. 23:31

 

 

[비즈피플-현대차 YF소나타 개발 책임자 이봉환 전무]

 

국민일보 | 입력 2009.12.08 18:29

 
 
1985년 포니 엑셀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젊은 엔지니어의 가슴은 두방망이질 치고 있었다. 선진국에서 드디어 한국차를 판매하게 된 것이다. 초기 론칭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저가 차량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엔지니어는 씁쓸함을 뒤로 한 채 미국 땅을 떠나면서 반드시 돌아오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세계무대를 누비는 제네시스에쿠스, 내년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는 YF쏘나타와 K7 등이 그의 지휘 아래 개발됐다.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차량개발 2센터장 이봉환(54) 전무다. 그는 "당시 미국에 대한 이해가 충분했다면 더 좋은 차량을 만들었을 텐데 아쉽다"면서 "하지만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에서 만난 그는 지난 9월 출시 이후 곧 바로 10∼11월 내수 판매 1위를 차지한 YF쏘나타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YF쏘나타는 지난달까지 총 4만4977대가 팔렸고 출고 대기 차량도 4만대에 달한다. 그리고 내년 1월 미국에서도 YF쏘나타가 출시된다.

국민브랜드 쏘나타 후속이란 이유만으로 YF쏘나타가 돌풍을 일으키는 걸까. 이 전무는 "동급 차량보다 연비를 10% 이상 개선했고 기존 NF쏘나타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갖춘 차기 차량"이라며 "안전성과 조향안정성 등에서도 손색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특히 개발 과정에서 젊음을 강조한 디자이너들의 시안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개발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한 결과 역동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을 적용한 것도 인기 비결이다. 그는 "나이 드신 분들도 차를 타는 동안 10∼20년은 젊어진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센터장을 맡은 이후 개발한 제네시스 에쿠스와 가격, 구매층, 연령대가 다른 차량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놓고 몇 달을 고심했다. 그는 "결국 승차감과 조향안정성에 중점을 뒀고 주행시험장을 벗어나 무수히 많은 외부 운전시험을 거쳤다"며 "고급 차량이면서도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고객의 마음을 읽으니 시장 반응이 좋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자신감을 보였던 그도 초기 출시 YF쏘나타 부품 무상 교환 결정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픈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 전무는 "일부 차량에서는 100% 최적화가 안 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지금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차량의 강건성을 확보했지만,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자동차공학과를 졸업하고 83년 3월 현대차 제품개발실에 입사한 그는 지금까지 줄곧 개발업무에 몸담아왔다. 입사 당시와 지금의 차량개발 수준을 묻자 감회가 새로운 듯 잠시 뜸을 들였다. "80년대 초만 해도 문제 해결 능력이 없었던 우리에게는 당시 미쓰비시가 가장 큰 스승이었어요. 문제가 생기면 미쓰비시로 날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자문을 적은 종이 한 장을 받아오곤 했죠. 그리고 밤을 새워가며 문제를 해결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해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됐고 외국 회사로부터 도움 받는 부분도 이제는 거의 없어요."

그렇다면 85년 출시 후 대표적인 중형 세단으로 자리매김해온 쏘나타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이 전무는 우선 도요타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꼽았다. 그는 "95년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 설립 후 EF쏘나타를 개발했고 2003년 NF쏘나타를 개발했는데 기술적 수준은 됐어도 브랜드 차이로 미국에서 수십만대를 판매한 도요타를 잡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는 게 이 전무의 설명이다. "도요타 차량보다 나은 '+α'를 적용한 YF쏘나타는 이제 도요타를 뛰어넘을 것입니다."

그에게 있어 차량 개발은 예술이다. 또한 디자인, 엔지니어링 등 종합적인 기술이 조화된 결과다. 따라서 그는 차량 개발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요즘 면접을 볼 때면 대학을 갓 나온 젊은이들은 스펙만 좋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는 항상 새로운 것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기본에 충실해야 해요. 엔지니어링은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물론 내가 개발한 차가 돌아다니는 것을 볼 때면 자부심을 느낍니다. 엔지니어들은 부가가치를 창조한다는 자부심으로 삽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