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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선생님 전근가지 마세요” 학부모들이 붙잡았다.

김철수02 2012. 5. 14. 23:43

 

 

 

 

 

 

 

 

 

 

 

 

 

 

 

 

 

 

 

경향신문 | 류인하 기자 

 

입력 2012.05.14 22:07 | 수정 2012.05.14 22:12

 

 

 

 

부산 덕천초 정성률 교사... 사비 털어 과학교실 운영

 

 

 

학교 현장의 잇따른 금품 비리로 교권은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모든 교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사비를 털어 과학교실을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교사도 있다. 학보모들은 이 교사가 다른 학교로 전근 가지 못하도록 '압력 아닌 압력'을 넣고 있다.

부산 덕천초등학교 정성률 교사(42·사진)는 이 학교에서 5년째 근무 중이다. 통상 공립초등학교의 경우 3년에 한 번씩 전근을 한다. 전근 시기가 지났지만 그가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학부모와 학교장의 만류 때문이다.

 

 

 

그가 3년째인 2010년 이 학교 학부모들은 곳곳에 민원을 냈다.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을 찾아 "정 선생님이 다른 곳으로 발령나지 않도록 붙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부산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 아이들에게 정 교사가 운영하는 과학교실은 꿈이자 희망이기 때문이었다.

정 교사의 과학교실은 2002년 첫 부임지인 부산 모라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 교사가 맡은 과목은 과학이었다. 대학 시절에 과학수업도 들었지만 막상 아이들을 가르치려니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업 시간에 '물로켓 만들기'를 가르쳐야 했지만 한 번도 물로켓이라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가르칠 자신이 없었다. 결국 서울에 있는 지인에게 자료를 요청하고 혼자서 수차례 실험을 한 끝에 수업을 진행했다. 정 교사는 그때 처음으로 '과학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이 마음껏 실험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 교사는 그해 처음으로 '과학교실'을 열었다. 별도의 공간은 없었다. 담임을 맡은 교실과 운동장이 실험실이 됐다.

처음 과학교실을 열었을 때 참석한 아이들은 3~4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새벽부터 운동장에서 로켓을 쏘아 올리고 전자키트(kit)로 로봇 만들기 실험을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들이 점점 과학교실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방과후 학원으로 가기 바쁘던 아이들이 학원 대신 학교로 돌아왔다. 그가 신천초등학교를 거쳐 지금의 덕천초등학교로 오기까지 10년간 그의 과학교실에는 아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과학교실 운영비는 모두 정 교사의 자비에서 나갔다. 지난해부터 교육청에 정식 동아리로 등록돼 1년에 200만원씩 지원금을 받기 시작했지만 그전까지는 그의 월급에서 모든 비용을 충당했다. 정 교사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듣고 싶은 과학수업을 못 듣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봤자 내가 들인 돈은 고작 매달 10여만원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재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과학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버리고 간 부품들을 주워와 재활용했다. 은근히 사람들이 버리고 간 부품 중에 쓸 만한 것이 많았다. 그래도 이제는 교육청의 지원금 덕분에 넉넉하게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정 교사의 과학교실은 수상자도 많이 배출했다. 매년 4~5개 대회에 나가 크고 작은 상들을 휩쓸었다. 작년에는 제9회 전국항공우주과학경진대회에 출전해 대상을 탔다.

정 교사는 "우리 과학교실에 있는 아이들은 나와 함께 대회에 나가면 무조건 상을 탄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실은 상을 못 받은 애들이 훨씬 많다"며 웃었다.

아이들은 그의 과학교실을 거치면서 과학자를 꿈꾸고 기계공학을 전공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얼마 전에는 과학교실에서 가르치던 아이가 부산과학고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정년이 될 때까지 과학교실을 운영할 생각이다. "저는 선생님이니까요." 정 교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