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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제] 서민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소득 감소 '이중고'

김철수02 2012. 8. 19. 21:09

 

 

 

 

 

 

 

 

 

 

 

 

 

 

 

 

 

조선비즈 / 정원석 기자

입력 2012.08.19 16:26

수정 2012.08.19 17:29

 

 

 

 

전세계 이상 기후로 인한 폭염으로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에서 촉발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농식품류와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무상 보육 및 급식 등 정부 정책효과로 인해 연 2% 초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민들의 체감물가와는 차이가 크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실질 소득과 자산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물가는 고공 행진하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서민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 서민 먹거리류 가격 급등..."안 오른 게 없다"

기록적인 가뭄 등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던 서민 먹거리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폭염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채소, 생선류 가격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또 정부의 물가상승 억제책에 따라 가격 인상이 미뤄져온 가공식품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19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달 초

㎏당 4100원에 거래되던 시금치는 이달 17일 8400원까지 뛰어올랐다.

다다기오이, 가시오이, 취청오이 등 오이류도 한 달 새 44~104% 급등했다.

100g당 680~700원이었던 상추류 가격은 900원 가량으로 올랐다.

포기당 2700원에 못 미치던 배추 가격은 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열무(18%), 깻잎(16%), 애호박(30%), 양배추(20%), 생강(13%) 등의 식재료들도 한달 새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해 한 상자(4kg)에 6만3000원 하던 갈치 도매가격은 최근 11만원까지 치솟았다.

명태 한 상자(10kg)는 4만8000원에서 7만3000원으로 상승했다.

8000원 이던 굴(2kg)가격은 1만1000원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남해안과 서해안 등 연안 수온 상승에 따른 갈치 등의 어획량 급감과 어폐류 양식장의 녹조현상이 이같은 수산물 가격 상승을 촉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공 식품 가격 상승도 잇따르고 있다.

CJ제일제당이 햇반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오뚜기도 즉석밥 가격을 인상했다.

동원F&B는 참치,

롯데칠성과 한국코카콜라는 음료수,

삼양라면과 팔도는 라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맥주 가격을 인상하는 등 안 오른 제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정부의 적극적인 물가관리로 가격 인상을 자제했던 식품회사들이 국제 곡물가격 급등 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을 견디다 못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애그플레이션發 내수 침체 확대 우려 높아져

이같은 농식품류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불안이 연말로 갈수록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곳곳의 가뭄으로 옥수수, 밀, 콩 등 국제곡물 가격 급등 여파가 국내 물가에 4~7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10%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1개월의 시차를 두고 0.07%~0.21%포인트 오른다는 분석자료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농식품류 물가 불안이 내수 침체 폭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가처분 소득 감소 현상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내수 소비 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는 지난 2분기 이후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전년동월대비 매출은 올해 4월 -2.4%를 기록한 이후 -5.7%(5월),-7.2%(6월), -8.2%(7월)로 감소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 매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9년 6월부터 9월까지가 유일했었다.

전문가들은 생필품을 판매해서 불황기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대형마트 매출이 줄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국내 경기 부진에 따른 내수 부진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다.

민간 금융회사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먹거리류 중심의 체감물가 불안이 전반적인 소비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내수 경기가 살아날 모멘텀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서민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그러나 유로존 위기 장기화 이후 서민들의 소득은 둔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가구당 가처분소득은 321만9000원으로 1분기(333만3200원)에 비해 11만4200원 가량 감소했다.

이처럼 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심리는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2분기 가처분소득 중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평균 소비성향)은 74.1%로 전년대비 2.3%포인트 낮아졌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74.6%) 기록을 깨는 역대 최저치다.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로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설비투자와 함께 내수의 한 축인 소비가 침체 국면에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이다.

정부는 하반기 각종 기금을 통해 8조5000억원 규모의 재정지출을 늘려 하반기 경제성장률(분기별)을 1%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이같은 구상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금과 같이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는 재정지출 효과가 민간소비 등을 통해 배가되는 매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하반기 0%에 가까운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주체들의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는 정부가 무턱대고 재정지출을 늘린다고 해서 성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면서 "서민들의 경제활동과 연계된 분야에 재정지출을 집중적으로 집행하는 가운데 공급발 물가상승 압력을 완충해 줄 수 있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