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_나로호발사]/교육_일반_13

[경향신문] “스마트폰 중독 땐 대학 못 가” 2G폰 찾는 중·고생

김철수02 2013. 2. 11. 23:01

 

 

 

 

 

 

 

 

 

 

 

 

 

 

 

 

 

경향신문 / 윤희일, 남지원 기자

입력 2013.02.11 21:18

수정 2013.02.11 22:28

 

 

 

 

하루 3~4시간씩 빠져 살다 폰 바꾸니 사용시간 20분으로
“새 친구 생기고 잠도 잘 자요”

 

"뺏겼어. 스마트폰에만 정신이 팔려서, 아빠한테. 공부나 하려고…." 얼마 전 방송된 TV드라마 < 학교2013 > 에서 한 고교생이 교실에서 낡은 2G(세대) 휴대전화를 꺼내보이면서 친구에게 내뱉은 말이다.

드라마에서는 아빠의 강요로 스마트폰을 2G폰으로 바꾼 학생의 사례가 소개됐지만, 최근 일선 중·고교에서는 스스로 스마트폰을 통화 및 간단한 문자메시지 기능만을 갖추고 있는 2G폰으로 바꾸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고3 진급을 눈앞에 둔 학생들 중에 "스마트폰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대학 진학은 어렵다"는 말이 나돌면서 스마트폰을 '버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전 반석고교 2학년 유모양(17)은 겨울방학이 시작된 지난해 말 '분신'처럼 여겨오던 스마트폰을 과감하게 버렸다. 유양은 대신 할머니가 쓰던 2G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2개월째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각종 부작용을 우려해 피처폰과 2G폰을 쓰고 있는 대전 반석고교 학생들이 지난 8일 자신들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윤희일 기자 yhi@kyunghyang.com

 


"이대로는 대학에 갈 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눈만 뜨면, 아니 눈도 뜨기 전부터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했으니까요. 수업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스마트폰과 함께했어요. 제 스스로 생각해봐도 스마트폰 중독이었어요." 유양은 스마트폰을 2G폰으로 바꾼 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유양은 11일 "지난해 말까지 평일에는 하루 3~4시간, 주말에는 하루 10시간 이상 스마트폰에 빠져 있었지만 스마트폰을 2G폰으로 바꾸고 나서는 하루에 20분 정도만 휴대전화를 쓰게 됐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쓸 때는 하루 종일 인터넷을 하거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2G폰으로 바꾸고 나서는 간단한 통화를 하거나 귀가시간 등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거의 전부가 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의 또 다른 고교 2학년 홍모양(17)도 "스마트폰을 하다보면 바로 옆에 있는 친구조차 챙기지 못하는 등 인간관계가 깨지는 것 같아 2G폰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겨울방학 동안 보충수업 등 대입 준비를 위해 학교에 나오는 대전 반석고교 2학년 6반 학생 24명 가운데 무려 9명(37.5%)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중 최근 스마트폰을 2G폰으로 바꾼 3명을 포함한 7명은 2G폰을 쓰고 있고, 2명은 아예 휴대전화가 없다.

청소년의 '탈스마트폰' 현상은 전국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지역 예비 고교생 박범규군(16)은 2주 전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없애고 대신 2G폰을 장만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과 게임을 즐겨온 박군은 "스마트폰을 없앤 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간이 크게 줄고 잠도 빨리 이룰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

전교조 대전지부 신정섭 대변인(호수돈여고 교사)은 "학생들이 스스로 스마트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절제력이 약한 초·중학생의 경우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드는 경우가 더욱 많은 만큼 교육당국이 이들의 스마트폰 가입이나 이용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