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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자위대 이름 뒤에 숨긴 막강 전투력

김철수02 2013. 10. 30. 09:53

 

 

 

 

시사저널 / 남도현 군사 칼럼니스트

입력 2013.08.05 13:48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서 발간한 2012년 연감에 따르면, 이 나라는 지구상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593억 달러의 군사비를 사용했고, 지금도 그 정도 수준을 계속 지출하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한 만큼 각종 무기와 장비도 최신식으로 첨단 군사력을 자랑한다. 특히 해상 전력은 가공할 만한 수준이다. 최강의 전투 체계로 알려진 이지스(Aegis) 시스템을 탑재한 전투함만도 한국의 두 배인 6척이고, 최근 2척을 더 취득할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는 한 척도 없는 수중 배수량 3000t 이상의 잠수함도 2013년 현재 무려 22척을 운용 중인데, 이는 전통의 해군 강국인 영국보다 많다.

지상·항공 전력도 이에 못지않게 최첨단으로 무장하고 있다. 게다가 24만5000여 명의 현역 군인 대다수가 간부여서 전쟁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짧은 시간에 외형을 대폭 늘릴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거대한 무력을 그들은 정작 군대라고 부르지 않는다. 엄청난 규모의 군대이면서도 군대가 아니라는 희한한 무력, 바로 일본 자위대(自衛隊)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아리아케'가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훈련하고 있다.

ⓒ ITAR-TASS 연합

해상자위대는 세계 3위 수준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은 1947년 시행된 이른바 평화헌법에 국가 간의 교전권(交戰權)을 포기하고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기로 못 박았다. 그런데도 이처럼 일본이 자위대라는 이상한 이름의 엄청난 무력을 보유하게 된 것은 순전히 냉전 때문이다.

특히 한국전쟁은 미국의 정책을 변화시켰다. 주일 미군이 한반도로 급거 이동하면서 힘의 공백이 생기고, 소련의 도발 가능성이 커지자 치안 유지라는 명목으로 일본에서 경찰예비대가 창설됐고, 1952년 보안대로 재편된 후 1954년에 이르러 자위대라고 명칭이 변경됐다. 자위대의 초기 주역은 침략 전쟁에서 활약했던 옛 일본군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시대와 헌법이 바뀌었어도 그들의 머릿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던 군국주의 시절의 편협한 사상까지 없애기 어려웠을 만큼 짧은 기간에 일본은 재무장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 자위대는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냉전이 종식된 1990년 이후 세계적으로 군비가 축소되고 있지만 오히려 자위대는 팽창을 계속했다.

현재 현역 병력도 군사적으로 대외 영향력이 큰 프랑스나 영국보다 많은 수준이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신 무기로 무장했다. 특히 군사 전략상 비중이 큰 해상자위대와 항공자위대의 전력은 세계적이다. 잃어버린 20년 소리를 듣지만 세계 3위의 경제력이 이런 전력을 보유하도록 만들었다.

5개 방면대(方面隊)와 1개 중앙즉응집단(中央?應集團)으로 조직된 15만5000명의 육상자위대는 일본에 상륙하려는 적을 막는 것이 임무다. 주변의 남북한, 중국, 러시아 극동군에 비해 표면적 전력이 약하지만 섬나라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코 부족하지 않다. 최근 양산을 시작한 최신예 10식 전차를 비롯해 대부분을 자국산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4만5000명의 해상자위대는 일본을 공격하는 적을 바다에서부터 차단하는 게 목적인데, 실제로는 그 이상의 역할을 담당한다. 크게 대양 항로 확보를 담당하는 1개 자위함대와 연근해를 초계하는 5개 지방대로 구성되는데, 호위함대·잠수함대·항공집단 등 최고 전력으로 구성된 자위함대의 비중이 크다. 자위함대의 핵심인 호위함대는 4개의 호위대군으로 조직된다. 1개 호위대군은 8척의 구축함과 8기의 함재 헬기로 구성된 이른바 '8.8함대'인데 한국 해군 전체 구축함 전력과 맞먹는 규모다. 해상자위대는 130여 척의 각종 함정과 340여 기의 작전기를 보유해 핵무기를 제외한다면 세계 3위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일부에서는 미국 다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4만7000명의 항공자위대도 막강하다. 면허 생산한 200여 기의 F-15J 전투기와 자국산 F-2 전투기 등으로 1980년대 초 동북아 최강의 항공 전력을 구축했다. 더불어 E-767 조기경보기 같은 지원 수단도 충실히 확보했다. 향후 F-35 전투기의 도입과 더불어 심신(心神)으로 불리는 실증기 연구를 병행할 만큼 5세대 전투기 도입 및 개발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 남도현 제공





교전권 부활되면 선제 침략도 가능

이처럼 군대 아닌 군대로 존재하던 일본 자위대가 최근 헌법 개정을 통해 실제 군대로 변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얼핏 보아 '이미 자위대가 엄청난 수준의 무력인데, 단지 명칭을 바꾸는 데 무슨 커다란 문제가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는 많은 차이가 있다. 군대로 바뀌면서 교전권을 부활하겠다는 것은, 선제 침략도 가능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법적 제한 해제와 더불어 지금까지 보유하지 못한 공격용 무기도 제한 없이 보유할 수 있다. 현재 자위대는 방어용 무기만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항공자위대의 F-15J는 우리나라의 F-15K와 달리 대지상 공격 능력이 없는 순수 제공전투기다. 헌법이 개정되면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도 거리낌 없이 보유할 수 있는데, 일본은 이미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자위대와 군은 그 의미에서 차원이 다르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내치에 혼란이 생기면 무력을 앞세워 해외로 진출하려는 시도를 자주 벌여왔던 나라다. 현재 일본의 급속한 우경화는 장기간의 불황에 따른 현상이다. 지난 세기에 대동아공영(大東亞共榮)이라 미화하며 밖으로 팽창하기 시작했을 때도 일본의 경제는 어려웠고, 침략에 극우 세력들이 앞장섰다. 따라서 지난 역사의 교훈을 생각한다면, 단지 자위대의 명칭만 바꾸는 것뿐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무서운 착각이다. 현재도 자위대는 평화 유지 등의 명목으로 1990년대부터는 해외 파병을 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을 바꾸고 군대를 보유한다면 평화 유지처럼 명목적으로 준수하던 제한도 필요가 없어지고 마음껏 대륙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일본의 급속한 우경화와 군국주의자들이 조직했던 자위대의 군대로의 변신이 우려스러운 것이다.

 


남도현 / 군사 칼럼니스트 / knclogix@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