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급 SUV 시장을 놓고 국산과 수입차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오는 10월 수입 SUV를 겨냥한
베라크루즈를 선보일 경우 국산과 수입 SUV의 직접적인 경쟁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현재 가격 기준으로 볼 때 국산 SUV와 경합을 벌이는 차종은 혼다 CR-V와 포드 이스케이프 2.3 및 3.0, 그리고 지프
랭글러 4.0, 지프 체로키 2.8 CRDi와 체로키 3.7 등이다. 이들 차종의 공통점은 CR-V를 제외하곤 가격대가 3,0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라는 것.
국산 SUV 중에서도 이들 차종과 같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차종은 꽤 많다. 쌍용차 렉스턴의 경우 RX7 4WD 최고급형이
3,610만원이고, 노블레스는 4,114만원이다. 또 현대차 싼타페 4WD SLX 최고급형도 3,381만원에 달한다. 기아차 쏘렌토 4WD
2.5 VGT 최고급형도 3,199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수입 SUV의 경우 포드 이스케이프 2.3은 3,24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물론 싼타페 2WD 주력 차종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싼타페라도 4WD 최고급형과 비교하면 140만원 정도 가격이 낮은 셈이다. 지프 랭글러 또한 3,490만원으로 렉스턴 RX7 AWD
최고급형보다 110만원 정도 가격이 낮게 책정돼 있다. 포드 이스케이프 3.0은 3,860만원으로 렉스턴 노블레스보다 300만원 정도 싸다.
이와 함께 혼다 CR-V는 2,990만원으로 수입 SUV로는 유일하게 국산 중형 SUV와 직접적인 가격 경쟁을 펼치고 있다. 쏘렌토 4WD
고급형보다 가격이 저렴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새로 내놓을 베라크루즈는 가격대가 4,500만원-5,00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산과 수입
SUV간의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지프 그랜드체로키 2.7 CRDi가 4,930만원이며, 랜드로버 프리랜더 V6는
4,930만원이다. 지프 체로키 3.7 또한 4,590만원으로 베라크루즈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차로선
베라크루즈의 경쟁차종으로 렉서스 RX 등을 삼고 있지만 직접적인 가격 비교에선 주로 크라이슬러 지프와 경쟁이 불가피한
셈이다.
그러나 국산과 수입 SUV의 가격차 축소는 오히려 수입 SUV의 판매를 늘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SUV는 모두 42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323대)에 비해 99대 늘었다. 판매 비중으로 보면 지난
7월 수입 SUV는 전체 수입차 판매에서 14% 정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1.6%)과 비교하면 2.4%포인트 증가한 것.
올해 1-7월 전체로 보아도 수입 SUV는 모두 2,900대가 팔려 지난해 동기(2,090대)보다 810대 가량 판매가 늘었다.
브랜드별로 보면 수입 SUV 중에서도 중저가형 판매가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크라이슬러는 지프 체로키 등의 선전에
힘입어 올 1~7월 369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2대에 비하면 100대 이상을 더 팔아치운 셈이다. 혼다 CR-V도 1-7월
판매실적이 842대로 지난해 동기(641대)에 비해 200대 가량 늘었다.
이와 관련,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국산과 수입 SUV의 가격차가 줄면서 수입 SUV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며 “국산
SUV의 가격 상승은 세단형 승용과 마찬가지로 중저가 수입 SUV의 판매량을 상대적으로 늘리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상황이 이렇자 국산차 업계도 긴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같은 가격대에서 편의품목 등은 국산
SUV가 월등이 앞서지만 ‘나도 한번 수입차를 타보자’는 심리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수입 SUV의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지금 시기에 국산차 업계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자칫 고급 승용시장에 이어 SUV도 수입차에 상당 부분 점유율을
내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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