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상반기는 그야말로 '아버지'영화가 대세이자 트렌드였다.
<우아한 세계> <아들> <눈부신 날에> <날아라 허동구> <이댁은 이대근> 까지..
그리고 영화 속 아버지들이 비춘 한국 아버지들의 현실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곤 했다.
한국 가장의 흔한 현실이란 이렇다.
가정을 위해 희생하고, 직장에서는 육중한 업무와 경쟁에 시달리면서 한국 가정과 경제를 떠받들지만,
가정에선 대접받지 못하고, 직장에서는 불안한...그런 지극히도 우아하지 못한 현실.
아마도 한국의 가장들은 철들길 강요당하고, 희생되길 강요당하고 있는지 모른다.
철드는 순간,, 현실의 두려움은 밀려오고 꿈은 그저 꿈으로 숨어버린다.
영화 <즐거운 인생>은 철든'아버지'영화이기 보다는 철없는 '남자'들의 영화다.
<라디오 스타> <왕의 남자>를 통해 인간미 있는 영화를 술술 잘도 풀어냈던 이준익 감독이,
이번엔 네 남자의 '락'반란을 영화로 만든다.
세 명의 40대 가장과, 한 명의 20대 청년. 이들 역시 삶이 무거운 한국의 남자들이다.
그들이 기타를 메고, 드럼 앞에 앉고, 마이크를 잡을 수 있어던 건, '꿈'.
'철없음'으로 가장했지만, 그들은 모든 '....불구하고'를 넘어선 멋진 사람들이다.
얼마 전, 이 영화의 현장공개가 있었다.
그 현장에 있던 누군가가 내게 이런 말을 했던 걸 기억한다.
"대박이야!"
톱스타나 유명한 감독 때문이 아니다. 그 현장의 분위기, 현장 모든 이들 얼굴의 즐거움.
그리고 무대에서의 끼와 에너지. 그것들로 인해 영화<즐거운 인생>은 대박임을 말한 것이었다.
'철없는'남자들이 된 네 명의 주인공. 그들의 변신과 현장의 뜨거운 열기, 열정.
소개하고 싶어진다.
<쉽지 않은 만남.>
대학시절 락밴드를 했던 친구들.
40대가 되어 이제는 가장으로, 악기대신 서류가방과 택시 운전대를 잡던 어느날.
한 친구의 죽음으로 그들은 젊은 시절의 '꿈'과 만난다.
그 꿈을 위해 조금 더 일찍 '철없음'을 택하고 앞장선 정진영.
그리고 그 죽은 친구의 아들과의 대면.
그들의 만남은 그렇게 검은 상복과 같은 무거움으로 시작한다.
<넌 너무 일찍 철이 들려 하는구나.....>
정진영. 첫번째 남자.
사진 속 장면에서 그의 웃음은, '철'을 버린 후의 그 가벼움?!!
친구의 아들을 설득하고 있는 저 천진한 얼굴을 뒤로하고 20대 남자 장근석의 이미 철들어버린
무거움이 비춰진다.
철이 없다는 건, 가볍거나 진지하지 않음은 아니라구..
변신한 그의 얼굴에 깃든 진지함이 사뭇 자랑스럽다.
<아버지는 철이 없었어...>
아버지의 아들 장근석
대학시절 밴드의 보컬이었던 아버지.
그 아버지는 끝내 기타를 놓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아버지의 죽음에도 그는 슬픈 표정을 짓지 못하고 있었던듯 하다.
아버지를 닮은 그가, 닮은 그 모습을 외면하지 않은 그의 변신이 멋있다.
<기러기 아빠는 울지 않는다...>
기러기 아빠. 윤상호.
그의 얼굴은 인간적인 얼굴. 그의 표정엔 유머가 있다.
저 웃음짓는 눈에, 다물줄 모르고 웃음짓는 입가엔 부인과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담겼다.
가족이 아니라면 절대 지을 수 없을 것 같던 웃음이었다.
그러나 그 웃음엔 언제나의 불안함이 있다. 가족과 떨어져서의 외로움이 있다.
그가 드럼앞에 설 땐, 불안함이 아닌 열정과 몰입 속에 선다.
기러기 아빠도 아빠만의 인생이 있는거다.
< 만성피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병이지... >
투잡 가장. 김윤석.
낮엔 퀵서비스, 밤엔 대리운전.
몸은 절대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다. 부족한 잠만큼, 지나친 근육의 피로 만큼 피로는 삶의 무게로 온다.
변화란 이런거야.
아주 작은 모든 것들이 달리 반응하는 것이 남들의 눈에도 보이는 것.
눈빛, 표정. 무대에서의 자신감은 즐거움에 있는 것.
<변화는 사실 별거 아냐...>
'철'좀 버리고, 두려움 좀 버리고, 나에게 좀 더 솔직해 지는 것.
그 변화를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자 행복.
철없어 행복한 네 남자.
그들을 연기하고, 이들의 영화를 만들수 있어 즐거운 다섯 남자.
'[2007년_대통령선거] > ***문화_영화_07'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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