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_금융위기]/***경제_부동산_08

전셋값 잇단 하락에도 세입자 ‘귀하신 몸’

김철수02 2008. 12. 1. 01:07

 

한겨레 | 기사입력 2008.11.30 20:51 | 최종수정 2008.11.30 21:31



[한겨레] 집주인들 "깎아줘야 겨우 재계약" 발동동

강남아파트도 거래 '뚝'…보증금 소송까지

[현장] 수도권 '역전세난' 몸살

"몇년간 그런 경우를 못 봤는데 최근 세입자들이 집주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언제까지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서'를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제때 반환하지 않으면 소송을 준비하겠다는 뜻 아니겠습니까."(과천 부림동 상명부동산 정명무 대표)

 

전셋값은 뚝 떨어지는데도 세입자가 없어 전세 물건이 남아도는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30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 집계를 보면 서울의 11월 전셋값은 전달에 견줘 1.28% 떨어졌다. 지난 7월부터 -0.02%로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 다섯달 거푸 하락세인데다, 낙폭도 매달 커지고 있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지역 4개 구에선 최근 입주한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전세 물량이 쏟아지는 등 공급 과잉도 심해 11월 한달간 서울 평균의 2배 가까운 2.45%나 하락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근처 '에펠부동산' 관계자는 "타워팰리스와 동부센트레빌의 전셋값은 여름부터 지금까지 1억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빠졌지만 아직도 매물이 너무 많아 하루에도 4~5명의 집주인들이 어디 세입자 없느냐며 성화다"라고 밝혔다. 서초구 잠원동 일대 역시 반포 자이 입주가 다가오면서 한신 5차 110㎡ 전셋값이 최근 두달새 2억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25% 떨어졌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가을 이사철에 비해 전셋값이 평균 2천만~3천만원 하락했지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은마에만 쌓여있는 전세 물량이 100~200가구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경기에 이사 비용이라도 줄이기 위해 살던 집에 재계약을 하고 눌러앉는 세입자도 많아졌다. 이런 경우도 대부분 전셋값 하락분에 상응할 정도로 집주인이 보증금의 일부를 세입자에게 돌려줄 때나 가능하다. 분당새도시도 인근 판교새도시 입주가 임박하면서 급전세가 쏟아져, 탑마을의 경우 1천만~5천만원 정도 세입자에게 돌려주고 재계약을 하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는 말하고 있다.

재계약은 그나마 주인이나 세입자 모두에 원만한 해법이다. 경기 과천 상명부동산의 정 대표는 "아파트는 그나마 낫다"고 말했다. 보증금만 조금 낮춰주면 세입자들이 다시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와달리 연립주택의 경우 세입자들이 재계약하지 않고 빠져나가려고만 해서 새로 들어올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은 난감한 처지에 몰려 있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2년 전에는 아파트 전셋값이 비싸 연립주택 등을 선택했던 세입자들이, 최근 연립주택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아 아파트 전세를 얻으려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잠실 주공 재건축 단지 등 새 아파트 입주자들이 전세금을 받아 이사를 가야 하는데 기존 방이 빠지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며 "재건축 입주 예정자 일부는 새 아파트에 입주도 못하고 관리비만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주인과 세입자간 분쟁도 늘고 있다. 분당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만기가 한참 지났는데도 집이 안 빠지는 경우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갚기도 한다"며 "집주인과 사이가 안좋을 경우 임차권 등기를 설정하고 전세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을 진행하는 세입자도 있다"고 말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