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_노무현사망]/경제_일반_09

[경향신문] 자영업자 폐업 속출 ‘비상구가 없다’

김철수02 2009. 1. 3. 00:25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9.01.02 00:57 | 최종수정 2009.01.02 10:05

 

 


ㆍ2007년 84만여명...절반이 2년내 문 닫아

ㆍ불황 속 퇴출업자 사회안전망 대책 절실

 



박현정씨(45)는 지난해 초 회사를 그만둔 뒤 서울 광진구에서 옷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9월로 접어들면서 근처에 의류점이 두 군데나 더 생긴 데다 금융위기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매출이 60%나 줄어 임대료도 내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박씨는 옷가게를 접기로 하고 최근 폐업 컨설팅을 받고 있다.

 



 

 

서울 신촌에서 호프집을 하던 김상영씨(47)도 지난해 말 가게 문을 닫았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200만~300만원의 수입을 올렸으나 지난해에는 아예 손님이 없는 날도 많았다. 그는 "8년간 호프집을 운영하면서 주변 음식점과 치킨집, 커피숍 등이 폐업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며 "신촌 일대에서 한 달에만 10여곳이 폐업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이 몰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회사를 퇴직한 이후 자영업에 진출하는 이들이 많아져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민간소비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의 위기는 통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폐업한 개인사업자가 2004년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자영업에 진출했다 2년 이내에 사업을 접는 이들이 절반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7년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모두 84만8062명으로 집계됐다. 개인사업자 폐업건수는 2003년 81만5738건에서 2004년 69만9292건으로 줄었다가 2005년(75만3994건), 2006년(75만7744건)에 이어 3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2007년 현재 업종별 폐업건수는 서비스업(18만6508건)이 가장 많았고, 음식업(18만3816건), 소매업(17만2170건) 등의 순이었다. 개인사업자들은 폐업 사유로 55.5%(47만1036명)가 '사업 부진'을 꼽았다. 또 창업한 지 1년 이상~2년 미만(25.5%)인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고, 6개월 이상~1년 미만 13.6%, 6개월 미만 4.6%로 사업을 시작한 지 2년도 안돼 폐업한 자영업자가 43.7%에 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3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였다. 외환위기 이후 직장에서 내몰린 사람들이 재취업이 여의치 않자 창업이 손쉬운 자영업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수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영업의 타격을 줄이는 쪽으로 재정 정책을 펴고, 퇴출된 자영업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정비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구조가 자영업자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문제이고, 단기적으로는 경기 하강의 기울기를 완만하게 해 타격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또 "근로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안전망의 틀에 자영업자도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서의동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