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_노무현사망]/자동차_09

[한겨레] 상하이차, 4년간 투자 ‘0’…기술 ‘먹튀’ 논란

김철수02 2009. 1. 10. 05:01

 

한겨레 | 기사입력 2009.01.09 19:41 | 최종수정 2009.01.10 00:31

 

 

[한겨레] [쌍용차 법정관리 신청]


'장미빛' 경영계획 말뿐…신차 개발 등 지지부진


전문가들 "상하이차, 기술 이미 확보…손해없어"


최첨단 디젤 하이브리드 엔진 기술 유출 의혹도

 

쌍용자동차가 중국 대주주의 그늘에서 지낸 지 4년 만에 다시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 9일 쌍용차가 전격 발표한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개시 신청은, 자동차산업에서 중국 자본과 한국 생산기술과의 합작실험이 실패로 끝났음을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팔아넘긴 것부터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파국은 이미 예고됐다는 것이다.


■ 상하이차 투자 공수표

쌍용차가 회생절차 신청에 들어간 직접적 원인은 세계적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 급감과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디젤 스포츠실용차(SUV) 중심의 쌍용차는 지난해 경유값 폭등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판매대수가 9만2665대로 전년보다 29.6%나 급감했다. 쌍용차는 당장 한달 220억원 수준인 인건비도 제대로 지급 못할 처지까지 몰렸고, 올 4월 만기인 1500억원의 회사채를 갚을 길도 막막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상하이차가 투자를 게을리하며 위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 많다. 상하이차는 2006년 1월 발표한 중장기 경영계획에서 2010년까지 2조원을 투자해 신차 6종과 신엔진 5종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말뿐이었다. 상하이차는 애초 주기로 약속했던 1200억원의 기술이전료도 지급을 미루다 최근 600억원을 긴급 지원 형식으로 보내왔을 뿐 직접적인 투자는 전혀 하지 않았다.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키울 의지가 있었는가 하는 점에서도 의구심이 많다. 쌍용차 관계자는 "처음 상하이차가 인수를 결정한 뒤로 쌍용차가 의욕적으로 발전 전략을 세워서 2005년 상반기에 올렸는데 상하이차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며 "상하이차에서 쌍용차에 파견된 중국인 임원들도 핵심 엘리트가 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직에 있던 과장급 정도 수준이어서 내부에선 실망이 많았다"고 말했다.

■ '먹튀' 논란만 남아

상하이차가 쌍용차 회생을 위해 자금 지원도 하지 않고 회생절차 신청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이미 사실상 쌍용차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통상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3자 매각이 되거나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에 5900억원가량을 들였는데, 지금까지 쌍용차의 기술개발 노하우를 충분히 습득한 만큼 지금 철수해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체어맨 가솔린 엔진 공장은 중국으로 옮겨졌고 카이런도 올해부터 중국에서 자체 생산을 준비 중인 상태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대부분의 차량 설계도는 벌써 다 중국으로 건너갔다"며 "상하이차가 올해와 내년에 시장에 내놓을 중형 세단의 기술도 쌍용차의 기술을 대부분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보통 차 한 대를 개발하는 데 3천억원 정도의 개발비가 든다는 것을 계산하면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자금을 전부 날려도 남는 장사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차의 '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상하이차는 최첨단 기술을 빼내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7월부터 상하이차의 쌍용차 디젤 하이브리드 엔진 기술 유출 수사를 시작했다. 디젤 하이브리드는 쌍용차가 국고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이던 핵심기술로 실제로 기술 유출이 확인될 경우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마저 있다. 검찰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했으나 쌍용차가 급격하게 어려워지는 등의 사정을 고려해 발표 시기를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상하이차의 쌍용차 인수로 4년 정도였던 중국과 우리나라의 자동차 기술 격차가 1년 정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애초에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팔아넘긴 것 자체가 큰 실수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