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_노무현사망]/자동차_09

[연합뉴스] 현대차노조 또 '파업카드' 뺀 이유는?

김철수02 2009. 1. 16. 07:13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9.01.15 19:02 | 최종수정 2009.01.15 19:11

 

 

전주공장 주간연속 2교대제 미시행 놓고 갈등

노조 "합의대로 해야"..회사 "생산물량 부족 주간1교대 하자"

연례화된 파업에 안팎 시선은 '싸늘'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세계적 경기침체로 현대자동차가 감산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윤해모)가 노사 현안이 풀리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새해 벽두에 또다시 '파업카드'를 빼들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연례화된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지금의 경제위기 속에 또다시 불거지는데 대한 주변의 반응은 혹한의 겨울날씨 만큼이나 냉랭하다.

15일 현대차 지부는 오는 19일로 예정된 임시 대의원대회에 '쟁의행위 발생 결의의 건'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의원대회에 파업 결의안이 상정된다 해서 무조건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1994년 한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파업을 벌였고 23년째인 올해도 연초부터 어김없이 파업 문제를 들고 나온 것만으로도 안팎의 우려가 큰 실정이다.

◇파업 추진 이유 및 노사 입장차 = 노조가 파업 카드를 빼든 이유는 지난해 9월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올해 1월 중 전주공장에서부터 밤샘근무를 없애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범 실시하자는데 합의했지만 회사가 이 합의를 지키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노사는 이미 지난달부터 전주공장 주간2교대 시범실시를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하고자 협상장에서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지만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우선 노사가 신뢰 속에 약속한 합의안을 꼭 지키라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는 노사합의로 약속을 한 만큼 주간2교대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경기상황을 볼때 당장 시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노사합의 당시에는 예상치 못한 지금의 세계적 불황으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감산체제에 들어간 만큼 당장 주간2교대 조차 실시할 만한 생산물량이 없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회사는 이에 따라 전주공장의 버스 판매가 줄면서 생산물량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전주공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주간1교대를 하자고 노조에 요구해놓은 상태다. 전주공장은 현재 주.야간조 근로자가 각각 8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노사입장이 다르고 합의점도 찾지 못하자 노조는 회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단 쟁의행위 발생 결의안을 마련해 대의원대회에 상정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파업까지 갈까 = 현재 노사간의 갈등은 지난해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노사 합의한 '주간2교대를 하느냐, 마느냐'는 약속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근무시간을 줄일 수 없다'는 노조와 '근무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회사의 입장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노조가 비록 경영위기 속에 파업이라는 강수를 내밀었지만 지난 14일 이를 논의했던 확대운영위원회(노조집행부 임원과 각 사업부 대표가 참석하는 회의 단위)와 노조 내부에서마저 파업 결의에 대한 일부 반감 분위기가 감지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체 자동차 업계가 생사의 갈림길에 있고 현대차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는 경제위기 속에서 노조의 파업은 안팎의 비난과 더불어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가속하는 자충수가 될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따라서 오는 19일 대의원대회에 파업결의안이 상정되더라고 내부 반발과 논란 속에 금방 통과되거나 실제 파업까지도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노사가 계속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할 경우 올해 현대차 노사관계는 또한번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파업카드에 대한 반응 '싸늘' = 현대차지부가 연초부터 파업 결의를 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팎의 부정적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의 과장급의 한 직원은 "국내외 자동차 시장이 다 죽어가는 시점에 회사는 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노조는 이런 위기극복에 동참하기 보다 오히려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니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울산상공회의소 박종근 부회장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선두주자인 도요타와 GM 등이 생존을 위해서 인원을 감축하는 등 자구노력하고 있는 마당에 현대차 노조가 쟁의 발생을 결의하겠다는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했다.

울산시의 최해근 노사협력팀장은 "경영위기 때문에 회사가 노사 합의안을 지키지 못하는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노조도 극단적 방식인 파업으로 사태를 해결하기 보다는 원만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