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_외환위기]/경제_일반_98

[조선일보] 한국경제 살리는 길 전문가 인터뷰_리처드 사무엘슨

김철수02 2009. 3. 9. 01:08



 

 

 

 


발행일 : 1998.07.01 / 경제 / 26 면

기고자 : 김영수 

 

 

 



 “정리해고 단호하게”

 올 성장률 -8%예상

 협조융자 없어져야

 재벌증권사 정리 필요

 

스위스의 금융그룹인 sbc 워벅사의 리처드 사무엘슨 서울지점장 겸 연구소장은 『한국 경제는 생각보다 훨씬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은 훨씬 큰 고통을 피하려다가 속으로 썩어가고 있으므로, 빨리 수술을 해야할 때』라고 전제하고, 『특히 한국정부가 기업의 정리해고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경제 전망은.

『올해 gdp성장률은 마이너스 8% 성장이 예견된다. 경기 하락 추세는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다. 올 하반기에는 수출이 줄어들고 소비가 계속 위축되면서 크게 어려울 것이다. 특히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은 하반기에 한달에 3천개 이상씩 부도날 것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높은 금리를 은행에 내고, 대기업에서 3∼6개월짜리 어음을 받는 현 상황에서 살아날 길이 없다. 이것을 알기 때문에 은행에서 중소기업에 돈을 안 빌려주는 것이다. 』

- 환율 예측은.

『올해 말에는 달러당 1천5백50원선이 유력하고, 내년말에는 1천7백원선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에는 내년말에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2천원까지 뛸 것으로 전망했었으나, 최근 이같은 전망치를 수정했다. 』

- 무엇이 가장 문제인가.

『기업이 정리해고를 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워서는 아무 개혁도 안된다. 상징적이라도 대규모 정리해고가 필요하다. 개혁의 본질은 단기간에 엄청난 인력을 줄이는 것이며, 실업률이 크게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정리해고를 최소화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마당에 어떤 기업이 감히 정리해고를 하겠는가. 정부는 실업자 대책을 세우면서 정리해고 문제를 놓고 노조와 협의를 해야한다. 』

- 위기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기술적인 부문부터 말하자면 부도가 나는 과정을 투명하게 해야한다. 나쁜 회사는 빨리 망하게 하고 좋은 회사는 낮은 금리의 자금을 빌려주어야 한다. 우선 협조융자라는 것부터 없애야한다. 부실한 기업에 수천억원씩 쏟아붓는 것은 부실을 더욱 크게 만드는 꼴이다.

서울-제일은행같이 부실은행에 수조원씩 지원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잘못은 한번이면 되지 자꾸 잘못을 되풀이해서 더욱 상처를 곪게 만들고 있다. 결국 주주나 납세자만 이런 잘못된 정부 결정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한다. 은행과 재벌이 잘못 했는데, 왜 일반 납세자가 재벌의 빚을 갚아주어야 하는가를 지금이라도 되씹어봐야 한다.

재벌 개혁도 마찬가지다. 빅딜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빅딜은 국내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게 목적이다. 그러나 요즘 거론되는 빅딜은 공급과잉 해결에도,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안되는 일이다. 』

- 그렇다면 재벌 개혁의 방향은.

『원칙은 간단하다. 매년 엄청난 손실을 보는 회사는 문을 닫고, 이익을 보는 회사는 살리면 된다. 이번에 은행이 55개 퇴출기업 명단을 발표했지만, 모두다 작은 조무래기 회사이지, 대형 부실 기업은 하나도 안들어 갔다.

예컨대 국내 5대 재벌은 모두 증권사를 갖고 있으나, 재벌 계열 증권사는 대부분 지난 몇년간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이 증권사를 갖고 있는 이유는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 계열사에 빌려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핵심 사업만 남기고 손실을 많이 보는 기업은 정리해야한다. 』


- 외국 투자 유치에 가장 큰 문제점은.

『환율 예측이 잘 안되는 데다, 가격 협상도 자주 실패하고 있다. 또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 부족하다. 정부가 각종 개혁 조치를 했지만 이런 개혁 마인드가 일선 공무원까지 전해진 것은 아니다. 』

 

 

< 김영수기자·yskim2@chosun.com >

 

 

<리처드 사무엘슨 약력>

▲42세

▲미국 예일대학 졸업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스쿨 경영학 석사

▲가드너 컨설팅 그룹 국제 마케팅 담당

▲이머징 마킷 리서치사 원장

▲sbc 워벅 증권 서울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