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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한국,EU FTA, EU 회원국 분야별 손익계산서

김철수02 2009. 7. 13. 00:20

 

연합뉴스 | 입력 2009.07.12 15:49 | 수정 2009.07.12 21:36 |

 

 
 
(런던.파리.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이명조, 이성한 특파원 =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 직전의 최종 마무리 단계에 들어감에 EU 회원국의 분야별 손익계산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U는 교역규모 면에서 한국의 두 번째 수출시장이자 첫 번째 무역 흑자국이다.
한국은 대(對) EU 상품수지에서 지속적인 흑자를 내고 있으나 서비스 수지에 있어서는 2004년 이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FTA 협상이 타결되면 한국 제품들이 EU 시장에서 더욱 큰 경쟁력을 갖게 되는 반면 서비스 분야에서는 EU 국가들의 한국 공략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자동차 =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VW)을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을 거느린 '자동차 왕국' 독일은 한국 업체들의 맹렬한 공세를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EU에 총 40만8천934대, 50억9천859만 달러 어치의 자동차를 수출한 반면 EU로부터의 수입은 4만1천880대, 19억8천781만 달러 어치에 그쳤다.

수입 관세도 EU가 한국보다 2%포인트 높은 10%이기 때문에 관세가 철폐되면 EU보다는 한국 기업들이 더 큰 가격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더구나 세계적 경제위기로 소형차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업체들이 올해 들어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어 FTA 체결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판매도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1.7%에서 올해 2.4%로 확대됐고 지난해 1.6%였던 기아차도 올해 1.8~1.9%의 시장점유율을 기대하고 있다. EU는 작년 기준 자동차 수요가 1천473만8천대로 미국(1천319만대)보다 많은 세계 최대 시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당연히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면서 "특히 기존의 관세를 그대로 적용받아야 하는 일본 경쟁업체들에 비해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에서 판매되는 한국차의 상당 비율이 국외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이어서 FTA의 직접적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차는 유럽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중 체코, 인도, 터키 등지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이 80% 이상이며 국내 생산 비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슬로바키아 공장을 가진 기아차도 유럽시장 판매 차량 중 국내 생산 비율이 40% 수준이다. 물론 관세가 철폐되면 국산차 판매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

또 차량 판매가를 결정하는 메커니즘이 복잡해 관세 인하 폭만큼 가격을 인하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으나 적어도 마케팅 비용 등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영업환경은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독일 자동차의 국내 시장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배기량이 1.5ℓ를 넘는 휘발유 및 디젤 모델은 3년 안에, 1.5ℓ 이하 차량은 5년 안에 관세를 없앨 예정이기 때문에 중.대형 위주인 독일 차들이 한국의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내 판매 가격이 1억~2억원대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관세가 없어지면 무려 1천만~2천만원이 싸지게 된다.

◇ 농수축산물 = EU 국가 중 우리나라와의 교역규모가 가장 큰 독일이 자동차와 기계류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높은 반면 프랑스는 철도.항공기.선박, 통신기기, 화학공업, 가죽제품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가공식품과 축산물 등에서 강세를 보여온 프랑스의 농산물 수출은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가 완전 철폐되면 한국의 농산물 수입은 12.3%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포도주 가격은 관세철폐분인 15%가량 떨어지면서 유럽산, 특히 프랑스산 와인의 한국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국내 와인시장 점유율은 프랑스산이 39.5%를 기록해 칠레산(17%), 이탈리아산(14.5%), 미국산(9.8%)을 크게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FTA가 최종 타결되면 가격 경쟁력까지 높아지게 돼 유럽산 와인의 점유율은 수직 상승할 것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와인에 대한 관세는 FTA 발효와 동시에 철폐되는 만큼 타결 효과도 가장 먼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류제품에 부과돼온 8∼13%의 관세도 즉시 철폐되고 가방과 구두, 색조화장품 등도 관세가 없어지는 만큼 프랑스 주요 명품 브랜드의 한국 진출도 가속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현지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프랑스와 벨기에 등 유럽산 돼지고기의 대(對) 한국 연간 수출량은 20만t 규모로, 한국 돼지고기 시장의 절반에 육박한다.

유럽산 돼지고기의 가격은 국산 돼지고기에 비해 50∼80%가량 싸다. 냉장육과 냉동삼겹살에 부과되는 25%의 관세가 즉각 철폐되는 것이 아니어서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나 한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워낙 높아 장기적으로는 이들 유럽국에 큰 이득이 예상된다.

한국의 양돈협회 등은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 측 농가의 피해규모가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서비스 산업 = FTA가 최종 타결되면 영국, 덴마크, 독일 등 EU 서비스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가 GDP의 80%에 이르는 선진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농업과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과 고용비중은 점차 감소하는 반면 서비스산업 비중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EU와의 상품교역에서 2006년 179억 유로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으나 서비스교역에서는 2004년 이후 적자를 보여왔다.

2003년 이후 EU에 대한 서비스수출은 줄어들거나 정체를 보이는 반면 수입은 매년 평균 30%씩 증가해 서비스 수지는 2004년부터 적자로 전환됐으며 2007년에는 32억5천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가 가장 큰 분야는 사업서비스, 운수, 특허권사용료, 여행 등이다.
한국은 서비스 수지면에서 영국과의 교역에서 8억8천만유로로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덴마크(6억유로), 독일(6억유로), 아일랜드(5억4천만유로), 네덜란드(3억1천만 유로) 순이다.

한-EU FTA로 국내 서비스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되고 외국자본에 대한 투자규제가 완화되면 금융, 사업서비스, 특허권 사용료 등 EU가 경쟁력을 지닌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서 EU의 한국시장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유럽팀 강유덕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원화 가치의 하락과 경기침체의 여파로 2008년 여행수지 적자가 대폭 감소했으나 원화 가치와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적자폭이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돼 대 EU 서비스수지 적자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실제 한-EU FTA에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미온적이었던 반면 서비스업계는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하는 등 FTA를 한국시장 진출을 위한 기회로 삼고 있다.

영국계 로펌들은 최근 영국 변호사협회 등을 통해 국내 포럼을 개최하는 등 한-EU FTA 타결될 경우 한국 법률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시장에서 미국과 EU의 서비스업계가 경쟁하는 양상을 띨 것으로 보고 한-EU FTA를 국내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