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입력 2013.07.21 20:40
미국 등 시추 포기 20년간 방치
90년 대우인터가 가스 탐사 시작
수직 3㎞ 파고도 못찾아 철수 위기
2004년 '비스듬이' 뚫어 잇따라 발견
국내 기업이 탐사·운영 과정 총괄
30년간 매년 3000억~4000억 이익
현장 l 대우인터 미얀마 '해양가스전'
바다 위 희뿌연 안갯속으로 빨간 불꽃과 철제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16일 미얀마 짜욱퓨에서 출발한 헬기가 북서쪽 바다 위 100여㎞를 날아 대우인터내셔널(대우인터)의 미얀마 해상 가스생산플랫폼에 도착했다.
가로 98m, 세로 56m, 높이 99m의 '강철섬'에 발을 딛자, 110m길이의 탑이 뿜어내는 가스 불꽃의 열기가 훅 끼쳐왔다. '쉬이익' 해저지층 3000m 아래서 솟아오른 천연가스가 빽빽한 파이프 숲을 따라 이동하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10여년을 가스전 발굴 사업에 매달렸던 주시보 전무(해외생산본부장)는 "지난달 22일 생산을 시작해, 15일 아침 8시(현지 시각)부터 중국으로 판매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대우인터의 미얀마가스전 사업은 2000년부터 추진되기 시작해 13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민간 기업이 해외에서 발견한 석유가스전 가운데 최대 규모다. 국외 자원개발 전 과정의 '희노애락'이 깃든 사업이기도 하다.
■ 외국 회사들도 포기한 곳
양수영 대우인터 부사장(자원개발부문)은 "우리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지만, 하늘도 도왔다"고 말했다. 미얀마 북서쪽 해상은 이미 1970년대 프랑스·미국 등의 메이저 자원개발회사들이 7곳을 시추했지만 빈손으로 돌아가고 20년 이상 방치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1990년 옛 대우전자가 미개척지던 미얀마에 진출한 게 계기가 돼, 대우인터도 미얀마 가스전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의 국외자원개발 탐사성공률은 10%에 불과하다. 그만큼 경제성 있는 석유·가스전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대우인터 역시 바다 속 지층 3000m를 수직으로 뚫었지만 가스를 발견 못 해 사업 철수 위기까지 갈 뻔 했다. 결국 측면으로 비스듬히 뚫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2004년 쉐(Shwe) 가스전 발견을 시작으로 쉐퓨(Shwe Phyu·2005년), 미야(Mya·2006년) 가스전을 잇따라 발견했다. 매장량은 4조5000억 입방피트(원유 환산 8억배럴, 액화천연가스 기준 9000만t)에 달했다.
2003년까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던 회사가 사업을 밀어붙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양 부사장은 "당시 탐사 기술에 대한 현장 직원들의 자신감을 경영진과 이사회, 채권단이 믿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 3500㎞ 가스관 타고 중국에 공급
자원개발 기술이 뒤처지는 국내 기업이 탐사부터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대우인터 지분 51%)하고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온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바다 위 해상플랫폼에서 생산된 가스는 해저가스관으로 짜욱퓨 해안에 위치한 육상의 가스터미널로 이동해 품질 측정을 거친 뒤, 미얀마와 중국에 걸쳐 구축된 육상가스관(총 3500㎞)을 따라 중국 남동부 지역으로 공급된다. 대우인터는 여기서 생산한 가스 가운데 평균 60% 정도는 미얀마 정부에 공급하고, 나머지는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에 판매한다. 대우인터는 내년부터 하루 평균 5억입방피트(566만㎥·원유환산 9만배럴)를 생산해, 앞으로 30년 동안 매년 3000억~4000억원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대우인터의 지난해 세전 이익은 1250억원이었다.
■ 지역사회와 공존도 중요
미얀마 가스전 개발은 국내 기업이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할 때 해당 국가의 지역사회 및 주민들과의 공존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사업이기도 하다. 짜욱퓨에서 중국 쿤밍까지 1000㎞에 이르는 가스관 주변의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사업 초기부터 환경파괴와 수익의 지역사회 환원 문제를 두고 미얀마 정부는 물론이고 가스전 사업에 참여한 대우인터를 비판해왔다. 이에 대우인터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약365만달러를 투입해 해양림 조성과 학교 건설 등의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는 등 현지 주민들과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짜욱퓨 / 이승준 기자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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