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입력 2005.09.15 18:20
수돗물 불소화를 전국적으로 의무화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에도 법을 개정하려다 무산된 적이 있다.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가 하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시민들 인식이 그때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이 "왜 불소화를 반대하느냐,불소가 충치예방에 좋은 거 아니냐"고 묻곤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왜 정부와 일부 치과계가 불소화를 무모하게 밀어붙이느냐,도대체 저의가 뭐라고 보느냐"는 것이다.
불소는 쥐약과 살충제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강한 독성물질이다. 수돗물 불소화에 사용되는 불화규산이나 불화나트륨은 비료공장과 유리 혹은 알루미늄산업 등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이다.
몇해 전만 해도 이 명백한 사실을 시민들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불소라는 물질이 혜택이 많은 물질이라고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정수장에서 사용하는 불화규산 등에는 비소 납 니켈 같은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들이 검출된다. 이런 물질을 충치예방이라는 명분으로 서민들이 날마다 먹는 수돗물에 투입하겠다는 것이 바로 수돗물 불소화다.
그렇다면 불소화의 충치예방 효과는 어느 정도 될까. 여러 통계가 말해주고 있지만 불소화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지역)와 하지 않는 나라(지역)의 충치 유병률 차이는 미미하거나 거의 없다. 치과계조차 최근에는 불소의 충치예방 효과는 치약사용,도포 등을 통한 국소적인 것이지 음용수 섭취 등에 의한 전신적인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반면 불소가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연구결과는 계속 증가해왔다. 수돗물 불소화 지역에서 흔히 보는 치아불소증(반점치)은 말할 것도 없고,불소화는 청소년의 골육종(골암)과 고령자의 둔부골절 발생률을 증가시킨다.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증언도 있다.
또 불소화 수돗물과 비슷한 농도의 불소가 지능지수 저하와 뇌신경 장해를 초래한다는 동물실험과 역학조사 결과가 있다. 불소화된 물의 지속적인 음용은 인체의 혈중 납농도를 높여서 청소년 비행의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연구도 있다. 말할 나위없이 이들 연구는 엄격한 심사를 거친 박사학위 논문이나 유수한 학술지들에 공개적으로 발표된 것이지 불소화 추진 측이 주장하듯이 결코 근거 없는 쓰레기 자료들이 아니다.
수돗물 불소화 추진측은 늘 저농도의 불소는 인체에 아무런 위험을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0년 노벨의학상 수상자이자 스웨덴에서 불소화를 불법화하는 데 기여한 아비드 칼슨 박사는 "불소는 저농도에서도 신체의 다양한 효소와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수돗물 불소화에 사용되는 농도와 인체에 상해를 끼치는 농도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에서 60년 동안 해온 사업을 왜 복지 선진국인 유럽 국가들은 하지 않거나 심지어 불법화했는지 그 근거와 배경을 세밀히 들여다보는 지혜와 겸허함을 우리의 보건당국과 치과계는 갖출 필요가 있다. 물론 충치는 줄여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수돗물에 독성물질을 첨가하여 개개인의 체질,영양 및 건강상태,세계관을 무시하고 무차별적 음용을 강요하는 기괴한 방법이 아니라 좀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변홍철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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