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입력 1996.08.02 17:54
(서울 = 연합(聯合)) 金昌會기자 =
정부가 뒤늦게 경제위기의 수습에 나섰다.
정부는 그동안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7%를 넘어서고 물가도 억제목표내에서 안정되는 등 경기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대증적인 단기대책으로 경상수지를 개선하기 보다는 고비용-저능률 구조를 타파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장기대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그러나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가 92억9천만달러로 올해 연간 수정전망치인 1백10억-1백20억달러 적자조차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는데다 급기야 지난 7월중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무역수지 적자가 월간실적으로는 사상최대치인 27억달러에 달하는 등 각종 지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물가도 지난 7월중 연간 억제목표인 4.5%에 불과 0.3%포인트 차이로 육박했고 대부분의 경제연구소들이 억제목표를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등 불안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지난 6월중 3.8%로 급격히 위축, 지난 94년 2월의 1.8% 이후 2년4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7.8%에 그쳐 지난 93년 1월의 76.4% 이후 3년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고증가율은 20.2%에 달해 지난 91년 9월의 20.3% 이후 4년9개월만에 최고수준에 달했다. 경기가 급격히 하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라는 세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될 판이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 방침의 후퇴라는 점 때문에 미뤄왔던 이자와 배당소득이 비과세되고 세액이 공제되는 가계장기저축과 근로자주식저축을 도입하고 에너지 소비절약을 비롯한 각종 소비절약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대표적인 대증요법의 하나인 무역금융 단가도 인상하기로 했다. 李桓均재경원차관이 이번주 경제차관회의를 앞두고 발표한 경상수지 개선을 위한 보완대책의 내용이다.
李차관은 이 대책을 발표하면서도 우리경제가 전반적으로 하강국면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나 경기하강이 완만하게 이뤄지고 있어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李차관은 올해 예상되는 7-7.5%의 성장률은 부작용없는 잠재성장수준이며 세계은행은 4-4.5%를 적정성장수준으로 제시하고 있어 아직도 높은 수준의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업률이 2%대에 머물고 외국인력까지 도입해야 하는 완전고용상태이기 때문에 최근의 경제적 어려움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7월중 무역수지가 발표되면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2일 오후 12개 경제부처 장관들이 긴급 회동, 최근의 경제동향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대책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金泳三대통령도 오는 6일 무역관련 단체장 및 기업인들을 만나 수출증대에 더욱 노력해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긴급 경제장관회의에서는 전경련 등 민간 경제단체와 연구소의 대표들이 경제장관들과 수시로 만나 경제동향점검회의를 갖기로 한 부분이 주목되고 있다. 이는 최근의 경제적 상황에 대해 정부와 민간기업이 시각을 달리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정부와 민간기업이 경제난에 대처하는데 공감대를 갖고 공동 대처하자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또 소비절약에서도 정부가 예산편성에서부터 솔선수범해 민간의 동참을 유도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정부의 이같은 대책은 그러나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정부가 경상수지 개선대책으로 부르짖고 있는 소비절약은 경상수지 악화의 원인이 민간부문의 과소비와 사치품 선호 등에 따른 수입수요 증가에 있다고 보는데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소비재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에 그치고 있다. 결국 경상수지 개선의 열쇠는 수출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고 이를 위해서는 고비용-저능률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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