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_바다이야기]/교육_06

[스크랩] 교수와 대학생의 공생 관계, easy going

김철수02 2006. 12. 19. 19:24
"요즘 교수들은 철밥통이 아니다"라는 신문기사가 나왔군요. 요즘 교수들은 강의평가 신통치 않고, 논문실적 시원치 않으면, 진급이 안되고, 군대의 계급정년처럼 몇년 안에 승진 못하면 재임용에서 탈락하고.

그런데 이런 좋은 제도는 최근 몇년 동안 새로 임용된 젊은 교수들에게만 해당된다는 거. 이미 오래 전에 임용된 원로 교수들은 정년퇴임은 물론, 명예교수 자리까지 안전빵으로 보장되어 있다는 거. 하긴 그러니까 재임용 제도가 교수회의에서 통과되었겠죠. 자기들 기득권은 안 건드리고 후배들부터만 적용하기로.

교수의 강의를 대학생들이 평가해서 그걸 승진과 재임용에 반영하는 것, 외국에서도 다들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일단 바람직해 보입니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교수와 대학생 사이의 은밀한 공생 관계가 형성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단 여러분 자신의 대학생활을 되돌아봅시다. 여러분은 어떤 교수들의 강의를 주로 수강했습니까? 전공필수라면 빠져나갈 방법이 없지만, 교양이나 전공선택이라면 다들 숙제 안 내주고, 성적 잘 주는 교수 찾아다니지 않았습니까?

강의시간에 이거 읽어와라, 저거 제출해라, 이런 거 요구하는 교수들의 강의는 종종 수강인원이 한참 미달하거나, 폐강되어버립니다. 어느 교수는 학점이 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그 교수는 곧 싸서 나가야 할 겁니다. 일단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소문이 나야, 승진도 되고 재임용도 될 거 아닙니까.

그러다보니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easy going 풍조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교수도 학생들에게 공부 많이 시키려고 요구하지 않고, 학생들도 쉽게쉽게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찾아다니는 데 몰두합니다. 필수과목만 아니라면. 물론 여기에는 공부 자체보다 취업 준비가 더 중요해진 사회 현실도 영향이 있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어느 교수와 함께 있을 때 공부를 제대로 알차게 할 수 있느냐를 따지는 positive 경쟁이 아니라, 어느 교수와 함께 있을 때 쉽고 간편하게 학기 마치고 좋은 학점 받을 수 있느냐를 따지는 negative 경쟁이 계속된다면, 강의평가제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나는 안 그랬어, 나는 일부러 빡센 과목, 까다로운 교수 찾아가서 제대로 공부하려고 노력했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 %나 될까요? 교수에 대한 강의평가제가 제대로 자리가 잡히려면 이런 문제부터,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부터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처 : 취업방
글쓴이 : 조진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