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_금융위기]/군사_일반_08

최전방초소 '술판'..軍기강 총체적 해이

김철수02 2008. 12. 21. 01:20

 

아시아경제 | 기사입력 2008.12.20 00:33

 


최전방 경계를 책임지는 초소(GP)의 초급간부들이 근무지를 이탈해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육군은 19일 강원도 철원 지역 3사단 예하의 GP에서 근무지를 벗어나 불법 반입한 술을 마신 GP장 송모(26) 중위와 다른 GP장 임모(25) 중위, 부GP장 한모(26) 중사를 비롯한 부사관 3명 등 모두 5명이 최근 군 검찰에 구속됐으며 이들과 함께 술을 마신 분대장 4명은 불구속 입건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국방부가 지난 16일 GP '수류탄 폭발' 사건을 비롯한 다양한 군내 사건.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37가지 대책을 발표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앞서 18일에는 해군 여 부사관에 대한 동료들의 성폭행 사건도 밝혀져 군 기강이 총체적으로 해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송 중위와 임 중위 등의 근무지가 비무장지대(DMZ)내의 GP며 무단 술판이 이곳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놀라움은 더할 수 밖에 없다. GP는 안보전선의 최일선일 뿐 아니라 북한군과 최근접 거리에 있는 만큼 어느 곳보다 군 기강이 엄격해야 하는 데도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해 술판을 벌인 초급장교들의 행각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송 중위 등은 작년 12월 말에는 성탄절이니 분위기를 내자는 이유로, 지난 5월 말에는 수하에 있는 분대장(중사)의 생일이 곧 다가온다는 이유로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져 일선 GP의 근무기강이 심각하게 해이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자칫 경계를 소홀히 하거나 실수가 있으면 자신의 목숨 뿐 아니라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데도 초소 개선 공사를 하러 온 공사 근로자를 통하거나 사단 교육을 받으러 다녀오는 길에 술을 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더해 GP 근무기강을 정기적으로 감독하고 통제해야 할 상급부대의 기능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상급부대의 지휘관들에 대한 책임도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사결과 지난해 12월 말과 지난 5월 말, 11월 1일 등 3차례에 걸쳐 서로의 GP를 불법으로 오가며 술판을 벌였지만 상급부대는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군 일각에서는 최상급 부대에까지 지휘책임을 물을 사안이냐는 말들이 나와 벌써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GP를 담당하는 중대장과 대대장은 보직 해임됐고 이들을 포함해 연대장과 사단 정보참모까지 군단 징계위원회에 넘겨진 상태"라며 "5군단장과 3사단장에 대해서는 육군본부 감찰실에서 지휘 소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대하는 육군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육군은 지난달 23일 발생한 6사단 GP 수류탄 사고의 후속조치로 60여개의 모든 GP의 근무실태를 조사한 결과, 1개 GP에서 근무조를 불법 편성하고 간부 입회하에 탄약을 받지 않는 등의 경계근무규정위반 사실을 적발해 간부 2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12일 밝혔지만 술판을 벌인 사실은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마저 사고 있다.

이와 관련, 육군 관계자는 "당시는 조사 초기였기 때문에 사건을 공개할 수 없었다"며 "군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나서 기소 단계에서 발표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진해 모 부대 소속 여 하사가 "3명의 동료 부사관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최근 자해했고 이와 관련된 혐의로 같은 부대 원사 2명과 중사 한명이 구속된 사실이 18일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군은 이상희 국방장관 취임 이후 '강한 싸움꾼, 강한 전사'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이런 구호가 말단부대까지 미치지 않고 있음이 이번 사건을 포함한 최근 일련의 기강해이 사건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가 되도록 군을 재조형(Reshaping) 하겠다는 이 장관의 의지가 야전부대에까지 도달하지 않는 등 '공염불 수준'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GP 수류탄 폭발 사건을 계기로 전 군에서 근무기강 확립태세를 강도 높게 점검하고 있는 과정에서 그간 은폐됐던 사건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며 "군을 재조형하기 위해서는 어떤 아픔도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