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 입력 2009.03.24 14:48 | 수정 2009.03.24 14:49
[OSEN=강필주 기자]'아쉽지만 그래도 잘했다'.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었기에 준우승에도 박수갈채를 충분히 받을만 했다.
대표팀은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WBC 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일본에 3-5로 아쉽게 패했다. 2-3으로 뒤진 9회말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0회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하지만 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끈 이번 대표팀은 그야말로 엄청나고 부담스런 기대 속에 출범했다.
한국야구는 지난 2006년 1회 대회에서 4강에 오른 것은 물론 지난해 8월 열린 베이징올림픽에서는 9전전승으로 야구사상 첫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국민들의 기대감을 한껏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작 대표팀 구성은 딴판으로 흘렀다. 감독 선임부터 코칭스태프, 대표팀 구성까지 어느 한 곳 잡음이 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런 고난들을 겪으며 더욱 단단해진 대표팀이 거둔 성적표였기에 우승 못지 않게 값진 준우승이었다.
▲삐그덕거렸던 사령탑 및 코칭스태프 선임
2008년 11월 25일. 김인식 한화 감독이 공식적으로 WBC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당초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사령탑 김경문 두산 감독이 WBC에서도 계속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을 거치면서 김경문 감독은 소속팀에 충실할 뜻을 나타내며 고사 의사를 굳혔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우승으로 이끈 김성근 SK 감독에게도 제의가 있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맡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결국 자연스럽게 지난 1회 대회 4강에 빛나는 김인식 감독에게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제의가 이어졌다.
김인식 감독은 "나라가 있어야 야구가 있다"는 말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 구성부터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당초 김인식 감독은 LG 김재박, 히어로즈 김시진, KIA 조범현 감독들로 구성된 감독급 코칭스태프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팀 성적을 이유로 세 감독이 모두 고사하는 바람에 김성한, 이순철 등 현역에서 물러나 있는 지도자와 양상문(롯데), 류중일, 강성우(이상 삼성), 김민호(두산) 코칭스태프를 마쳐야 했다.
▲말, 탈 많았던 대표팀 구성
"최정예 멤버로 구성할 것이다." 이런 김인식 대표팀 감독의 취임사가 무색했다. 박찬호(필라델피아)와 이승엽(요미우리)이 빠졌고 김동주(두산)마저 태극마크를 고사했다. 사실상 기존 대표팀의 리더가 한꺼번에 사라진 셈이었다.
특히 박찬호와 이승엽의 경우는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마지막까지 미련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승선하지 않아 김인식 감독의 마음은 타 들어갔다.
지난달 2월 15일 하와이 대표팀 전지훈련은 그야말로 어수선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병현이 '여권 해프닝'을 벌이며 대표팀에서 탈락한 것을 비롯해 박진만은 어깨부상으로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다. 그동안 대표팀 내야의 핵으로 상징됐던 박진만이었기에 충격이 컸다.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는 소속팀 클리블랜드의 요청에 따라 외야수 출장이 제한됐다. 이는 이대호 기용에까지 영향을 미쳐 타순을 짜는데 고민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경미한 허리 부상으로 소속팀 야쿠르트에서 훈련하던 대표팀 마무리 임창용(야쿠르트)은 상대 타구에 오른 팔꿈치를 맞고 쓰러져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3월 1일 대표팀의 아시아라운드 합류 직전에 당한 부상이었기에 더욱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돌발적인 상황에서 빛을 발한 것은 김인식 감독의 결단력이었다. 김 감독은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왔던 김병현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 곧바로 엔트리 제외를 통해 비난 여론을 잠재웠다. 박진만도 오래 끌 수 없다는 판단 끝에 예상 외로 빨리 탈락시켜 대표팀 어수선하게 흘러갈 수 있었던 분위기를 완벽하게 다잡았다. 또 대회 직전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황두성(히어로즈)을 임태훈(두산)으로 과감하게 교체하기도 했다.
▲일본과의 5차례 숙명전
사실상 이번 대회는 일본과의 대결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은 준결승전에 오르기까지 7경기에서 5승 2패를 거뒀다. 이 중 일본과의 대결이 4경기(2승 2패)였다. 결승까지 포함해도 9경기에서 5번을 일본과 맞붙어야 했다. 1라운드에서 중국과 대만, 2라운드에서는 멕시코, 준결승에서 베네수엘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과의 대결이었다.
한국은 지난 2006년 1회 대회에서도 일본에 유일한 패배를 안아 4강에서 탈락, 일본이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상대 전적에서도 2승 1패로 힘을 쓰지 못했던 일본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전력은 일본에 상대적으로 밀린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였다. 메이저리거도 추신수 단 한 명에 불과했던 한국에 비해 일본은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스즈키 이치로, 조지마 겐지(이상 시애틀), 이와무라 아키노리(탬파베이), 후쿠도메 고스케(시카고 컵스) 5명이나 포함됐다.
한국은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일본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야구국가로 완전하게 자리잡았다. 일본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WBC에서도 확실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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