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입력 2006.12.11 16:51
영국 <비비시>는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 사망사건의 최종 공식보고서 발간에 즈음해 이 사건을 둘러싼 공식입장, 음모설 등을 정리했다.
다이애나의 운전사는 만취했나?
사고 다음날 프랑스 경찰은 다이애나의 운전사 앙리 폴에 대해 음주 및 약물 검사를 실시했다. 그는 프랑스 국내법이 운전을 허용하는 음주 한계량을 3배나 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약물 검사에서는 그가 사고 나기 전 3개월 동안 항우울제인 프로작, 그리고 알코올 중독 치료제를 복용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 혈액검사는 그 결과가 나온지 24시간 안에 언론에 누출돼 이 사건에 대한 은폐공작이 진행중이라는 의혹에 불을 지폈다. 폴이 그날밤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그 정도의 높은 혈중 알콜 농도는 설명이 안됐다는 반박이 제기됐다. 그 혈액검사에서는 또 약 20%나 달하는 일산화탄소양도 검출됐다.
음모론자들은 폴이 그 정도의 혈중 알콜농도와 유해물질 농도로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다고 주장하며 사고 직전 리츠칼튼 호텔의 폐쇄회로 티브이에 잡힌 폴의 모습을 반박자료로 내밀었다. 이 필름에서 폴은 정상적으로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다이애나가 살해됐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폴의 혈액이 시체공시소에서 바꿔치기됐다는 주장을 음모론자들은 폈다.
프랑스 경찰은 그 혈액이 폴의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2차 부검을 실시했다. 또 프랑스 당국은 폴의 혈액이 바꿔치기되지 않았음을 입증하기 위해 DNA 검사도 실시해, 그 혈액이 폴의 것임을 확인하는 작업도 벌였다.
다이애나의 운전사는 과속을 했는가?
다이애나의 메르세데스 승용차는 파파라치의 접근을 피하기 위해 리츠칼튼 호텔에서부터 센 강변의 차도를 거쳐 샹젤리제에 있는 도디 파예드의 아파트까지 속력을 냈다. 출발한지 4분만에 그 메르세데스 승용차는 알마 터널의 13번 교각을 들이받았다.
법의학 및 충돌 전문가들은 터널에 남겨진 스키드마크(자동차 타이어의 흔적)와 승용차의 파손부분을 검사했다. 교각 충돌 전 승용차의 주행궤도를 알아보기 위해 레이저 검사까지 실시했다. 검사결과, 승용차는 제한속도 30마일(약 48㎞)인 도로에서 74~90마일(118~144㎞)까지 속력을 낸 것으로 결론났다. 프랑스 경찰은 충돌 직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보려고 그 도로의 폐쇄회로 티브이도 조사했다. 그 도로에 폐쇄회로 티브이가 설치되기는 했으나, 다이애나의 승용차는 찍히지 않았다.
음모론자들은 그날 밤 다이애나의 승용차를 찍은 폐쇄회로 티브이 필름이 존재하며, 그 차는 아주 느린 속도로 주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폐쇄회로 티브이의 필름이라는 증거로 <비비시>에 보내진 한 사진은 다이애나가 호텔을 출발하기 전에 리츠칼튼 호텔의 뒤쪽에서 파파라치가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차가 충돌에 개입됐나?
프랑스 경찰은 다이애나의 승용차가 제어력을 잃고 충돌하기 전에 또 다른 차와 충돌했다고 사고가 난지 2주 뒤 발표했다. 사고차량의 오른쪽에 하얗게 긁힌 자국이 두 개, 그리고 사고현장에서 깨진 후미등 조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를 통해 다이애나 차와 부딪힌 차는 1983~1987년에 생산된 하얀색 피아트 우노라고 결론지었다. 프랑스 경찰은 이 차를 찾으려 했으나, 현재까지 찾지못하고 있다.
음모론자들은 그 피아트 승용차는 고의적으로 다이애나의 차와 충돌해 그 사고를 야기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이애나의 승용차가 터널 안에서 충돌하기 직전에 '엄청난 섬광'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즉 이 섬광으로 다이애나의 운전사가 일시적으로 시력에 장애가 왔다는 것이다.
이 사고의 목격자라 주장하는 한 사람인 프랑수아 레비스트르는 신문에 그 불빛으로 시력장애가 생긴 뒤 다이애나의 차가 제어력을 잃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엄청난 섬광을 봤다는 유일한 목격자이다.
영국 정보기관 MI6의 간부 리처드 톰린손은 그런 유사한 방법이 1992년 세르비아 지도자 슬로보단 밀로세비치를 암살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왜 다이애나가 병원으로 옮겨지는데 그렇게 오래 걸렸나?
다이애나가 사고현장에서 단지 4마일 떨어진 라피티에 살페트리에르 병원으로 후송되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
프랑스에서는 희생자의 상처를 진단하고 이를 즉각 치료하기 위해 장비를 완전히 갖춘 의사와 간호사가 탄 구급차를 보내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이다. 당시 다이애나의 상태는 불안정했다. 그는 두 차례의 심장마비를 겪었다. 한 차례는 부서진 자동차 안에서이고, 또 한번은 병원으로 후송중이었다.
프랑스 경찰은 <비비시>의 프로그램 '컨스피러시 파일즈'에 그를 실은 구급차는 그의 상처를 덧나게 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천천히 운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구급차가 병원으로 빨리 갔다면 다이애나는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다이애나의 구급차는 도중에 요인들을 위한 치료가 준비된 병원 한 곳을 포함해 여러 병원이 있었는데도 그냥 지나쳤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음모론자들은 다이애나가 충돌 현장에서 즉사하지 않았음을 들어, 이런 일들은 다이애나를 죽이기 위해 취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이애나는 도디와 약혼했나?
다이애나는 도디의 아기를 임신했으며 이때문에 빚어질 말썽을 피하기 위해 살해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음모론자들은 다이애나의 사체가 부검 전 몇시간 동안 방부처리됐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방부처리는 불법이기도 하며,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포름알데히드는 임신진단 결과를 왜곡해 잘못된 결과를 줄 수 있다고 음모론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음모론자들은 다이애나가 도디와 약혼을 했으며, 이들은 그들의 약혼사실을 곧 발표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6시간 전 도디는 그가 주문했던 반지를 수령했다. 다이애나의 친한 친구들은 그 반지를 약혼의 증거로 보고 있다. 로사 목턴은 <비비시>에 도디는 다이애나에게 선물세례를 퍼부었으며, 도디가 다이애나에게 주려던 그 반지는 다이애나의 오른손에 굳게 채워질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이애나는 사망하기 열흘 전에 생리통 치료를 위해 런던에서 침으로 치료를 받았다. 다이애나를 치료한 릴리 후아는 다이애나는 임신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더욱이 다이애나의 사체는 부분적으로 방부처리됐다. 프랑스 의사들은 이 조처가 프랑스에서는 불법이기는 하나 다이애나 가족들의 요청으로 취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부분적 방부처리는 사체의 외관 보존을 위해 취해지는 일반적 절차이며, 전문가들은 이 조처가 임시진단 결과를 왜곡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이애나의 운전기사는 비밀요원인가?
다이애나와 도디가 탔던 메르세데스 승용차의 운전기사 알리 폴은 리츠칼튼 호텔의 경비 부책임자였다. 폴은 그들의 파리 체류 마지막 날 경호를 해줬으며, 그날 오후 7시 퇴근했다. 3시간 뒤 도디와 다이애나가 호텔에서 저녁을 하려고 도착했을 때 그는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나중에 프랑스 경찰들은 폴이 파리 전역에 걸친 여러 은행에 많은 계좌를 가지고 있으며, 2만파운드가 넘는 돈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폴은 또 죽던 그날 밤 1200파운드를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폴이 그날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어디에 있었는지 밝혀진 바가 없다.
음모론자들은 폴이 비밀요원이며 그는 영국 쪽의 명령에 따라 돈을 받고 다이애나와 도디를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영국 정보기관 M16의 전 요원인 리처드 톰린손이 리츠칼튼 호텔에 주재하는 유급정보원에 대한 파일을 본 적이 있다고 주장해, 더욱 논란을 빚었다.
음모론자들은 그 유급정보원이 폴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경찰은 폴이 정보기관과 연관을 갖고는 있으나, 그 수준은 아주 낮은 것이었다고 밝혔다. 프랑스 경찰은 그가 호텔에 숙박하는 중요 인사들에 대해 통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폴이 MI6을 위해 일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번역 = 한겨레 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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