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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의 ‘고무줄 만리장성’...고구려,발해 편입으로 역사왜곡

김철수02 2013. 8. 28. 09:53

 

 

 

 

 

 

 

 

베이징

오관철 특파원 okc@kyunghyang.com

 

 

 

고조선·고구려 역사도 중국사에 포함 속셈

 

 

중국이 만리장성을 동쪽으로는 헤이룽장(黑龍江)성, 서쪽으로는 신장위구르자치구까지 연장해 발표한 것은 그동안 추진해 온 만리장성 늘이기의 결정판이다.

만리장성은 이제 중국의 주장대로라면 이만리장성이 돼 버렸다. 중국이 만리장성 길이는 고무줄이란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연장에 집착해 온 것은 동북공정연관이 있다. 중국은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 지방정권으로 규정하는 동북공정의 물증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그동안 끊임없이 만리장성 늘이기를 시도해 왔다. 이집트 피라미드와 함께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히는 만리장성은 중국인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상징하는 대표적 유산이란 점에서 만리장성 길이 늘이기는 중화사상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변경에 주로 포진하고 있는 소수민족들을 중화민족으로 통합하기 위해서 역사를 왜곡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11차 5개년계획(2006~2010년) 중 만리장성 보호와 조사를 위해 5억위안(927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법제만보(法制晩報)는 국가문물국 관계자가 “2009년 만리장성 길이를 공표한 이후 국가문물국은 진한(秦漢) 시대와 기타 시대의 만리장성 자원 조사를 벌여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명분은 만리장성에 대한 기초 조사와 보호에 나선다는 것이었지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추진하기 위해 어떤 역사도 왜곡하겠다는 게 속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줄기는 요동은 물론 만주까지 원래의 중국 영토였음을 강조하기 위해 장성과는 구별되는 유적들까지 만리장성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2009년 4월 만리장성의 길이를 종전까지 알려진 것보다 2500㎞ 더 긴 8851.8㎞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원래 만리장성 동단은 베이징에서 가까운 허베이성(河北省) 산하이관(山海關)이란 게 오랜 정설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산하이관에서 한참 동쪽인 압록강변의 단둥(丹東) 후산장성(虎山長城)이 동쪽 끝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후산장성은 오랫동안 고구려의 대표적 산성인 박작성으로 인정돼 왔던 곳으로 648년 당(唐) 태종 침략에도 함락되지 않았던 성이다. 중국 역시 후산장성 증·개축 이전에는 고구려 유적으로 인정해 왔다. 그러나 현재는 박작성에 ‘만리장성 동단 기점’이라는 대형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중국은 이어 지린(吉林)성 퉁화(通化)현에서도 만리장성의 유적이 발견됐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러다가 만리장성의 총길이가 2만1196.18㎞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관광객들이 지난 2일 중국 베이징 서북부에 있는 명나라 시대에 쌓은 만리장성을 둘러보고 있다. 베이징 | AP연합뉴스


 

중국은 새로 발굴되는 만리장성의 유적들이 오랜 세월 묻혀 있었던 것으로 차츰 만리장성 본래의 면모를 회복해 가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예컨대 청나라를 세운 누르하치가 한족의 진입을 막기 위해 도랑과 담을 쌓으면서 동북지방 일대에 있는 만리장성을 훼손시켰으며 그 유적이 발굴되고 있다는 식이다.

중국이 만리장성 늘이기를 시도하는 지역이 한국 고대사의 숨결이 흐르는 지역이란 점에서 중국의 의도는 동북공정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백두산 부근 지린성 퉁화의 고구려 산성을 만리장성 유적이라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만리장성을 동쪽으로 확장함으로써 고구려와 발해 영토였던 중국 동북일대가 고대부터 중국의 영토였음을 주장하려는 속셈이다.

중국은 인류 최장의 건축물인 만리장성을 전 세계에 전파하려 해 왔으며 동북지방인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에 만리장성이 없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조작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만리장성 보호사업 대상 지역은 15개 성(省)에 이른다.

변경지역에 소수민족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만리장성 늘이기를 통해 고조선과 부여, 고구려사가 사실상 중국사에 편입된다는 인식을 전파시킴으로써 소수 민족을 통제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 네이멍구에서는 원(元)사를,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서역(西域)사를 자국 역사로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