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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오바마 '국가기도의 날' 기념식 폐지, 찬반 논란

김철수02 2009. 5. 9. 03:34

 

노컷뉴스 | 입력 2009.05.09 03:09

 

 

[워싱턴=CBS 박종률 특파원]



미국의 5월 첫째 주 목요일은 '국가 기도의 날(National Day of Prayer)'이다.

1952년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국가 기도의 날'을 법으로 제정했고, 1988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5월 첫째 주 목요일을 기념일로 지정하면서 백악관의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이 행사는 그동안 '국가 기도의 날 태스크 포스(National Day of Prayer Task Force)의 회장인 셜리 돕슨(Shirley Dobson)과 기독교 보수그룹을 대표하는 '포커스 온 더 패밀리(Focus on the Family)'의 창립자 제임스 돕슨(James C. Dobson) 목사 부부가주도해왔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8년 재임 기간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대대적인 기념식을 개최했으며, '미국에서의 신앙의 다양성과 기도의 자유'를 찬양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국가 기도의 날'에 특별한 행사를 갖지 않은 채 그냥 건너 뛰었다.

백악관은 이번 주 초 오바마 대통령이 기도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을 미리 공개하면서 "부시 행정부 이전 정부에서도 기념 성명만을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다만 "대통령은 자신과 가족의 삶 속에서 기도의 역할을 잘 알고 있으며, 대통령은 매일 해온 것처첨 개인적으로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백악관의 전통이 되다시피한 기도회 행사가 열리지 않자 기독교 보수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가 기도의 날 태스크포스'의 셜리 돕슨 회장은 "기도를 찬양하는 전통이 무시된 데 너무도 크게 실망했다"면서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때에 기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길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그녀의 남편인 제임스 돕슨 목사도 "야구팀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거나, 슈퍼볼 우승팀 심지어 대학 스포츠팀들도 백악관에 초대돼 축하를 받는데, 정작 우리는 올해 백악관으로부터 초대를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보수 논객인 러시 림보(Rush Limbaugh)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쇼에서 "오바마는 고의적으로 누군가를 분노케 하기 위한 권위주의적 통치를 하고 있다"면서 "오바마가 개인적으로 기도를 하겠다고 백악관이 밝혔는데 혹시 자기 스스로에게 기도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국가 기도의 날'과 관련된 백악관 연례 기도행사에 대해 일각에서는 보수 종교주의자들에 의해 배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국가와 교회의 분리를 추진하는 단합된 미국(Americans United for 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이라는 단체의 대표인 배리 린(Barry Lynn) 목사는 "대통령이 법으로 '국가 기도의 날'을 제정할 수는 있지만 굳이 백악관에서 특별 기도회가 열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미국인들에게 언제, 무엇을 기도하라고 요구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종교간 연대(Interfaith Alliance)'의 웰튼 개디(Welton Gaddy) 목사는 "국가 기도의 날 태스크 포스가 마치 이 행사를 자신들의 것인 것처럼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최고 종교지도자가 아니며, 태스크 포스가 대통령의 개인적, 공적인 행동에 대한 정신적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무신론자협회 대변인인 데이비드 실버맨(David Silverman)은 "사람들에게 기도하라고 말하는 것은 대통령의 업무가 아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 시절의 찬양과 행사로부터 벗어난 것을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1월 대통령 취임식 연설을 통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무신론자들에 대한 언급을 했다.

오바마는 취임사에서 "미국은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 힌두교는 물론 무신론자들의 나라이자 지구촌 각지에서 온 다양한 언어와 문화로 구성된 국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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